쳇 베이커의 1985년작. 얼마전에 발매된 쳇 베이커 평전을 읽다가 문득 한 쪽 구석에 묵혀둔 이 앨범이 생각이 났다. 처음 이 앨범을 샀을 당시, 그저 이 앨범의 깊디 깊은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 아주 애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쳇 베이커의 우울한 감성은 이 앨범에 아주 짙게 묻어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앨범은 쳇 베이커 그의 가장 사랑하는 여인인 다이앤 바브라를 위한 앨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 이렇게 우울한 감성을 드러내다니,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최악의 마약복용을 자랑하던 1980년대 쳇 베이커의 말년에 다이앤 바브라는 그의 지독한 집착을 받은 여자였다. 매일 이어지는 쳇 베이커의 마약복용에 따른 환각, 그리고 이어지는 폭력, 도망, 그리고 다시 쳇 베이커에게 돌아오면 똑같은 일들의 반복. 이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다이앤 바브라의 마음을 달래보기 위해 그 당시 최고조의 실력을 가지고 있던 폴 블레이와 자신의 연인에게 이 앨범을 바치기 위해 쳇 베이커는 녹음을 한다.

개인적으로 쳇 베이커의 모든 앨범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난 주저하지 않고 이 앨범을 꼽을것이다. 평전에서는 그 당시 최고의 실력을 유지하던 폴 블레이의 덕택이라고는 하지만, 이 앨범에서 들려주는 쳇 베이커의 우울한 감성은 정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엔리코 피에라눈치는 쳇 베이커를 "아주 적은 수의 음정만 가지고 삶에 대한 의문 부호를 표현해낼 줄 아는 연주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앨범에서 쳇 베이커는 정말 아주 몇 개 안되는 음표로 우리의 감성을 마음껏 유린해내고 있다. 쳇 베이커의 음악이 어떻고 생활이 어떻고를 떠나서 아마 앞으로도 몇 개 안되는 음표만으로 우리의 감성을 이렇게 흔드는 연주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쳇 베이커를 감히 최고의 연주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곡은 보컬이 들어있는 2번 트랙을 선택했다. 왠지 중얼거리는 듯한 쳇 베이커의 노래가 나는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뭔가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심약한 성격의 소유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쳇 베이커는 목소리 대신 트럼펫으로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그 심약했던 성격 탓에 그는 평생을 마약에 의지한 채로 살아야만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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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t Baker & Paul Bley - Diane


01. If I Should Loose You
02. You Go To My Head
03. How Deep Is The Ocean
04. Pent-Up House
05. Everytime We Say Goodbye
06. Diane
07. Skidadidlin'
08. Little Girl Blue



Posted by 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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