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직하게 가슴을 긁는 듯한 포크 기타와 멀리서 아득하게 들리는 현악 섹션, 몽롱하고 단아한 여성 보컬 호프 산도발(Hope Sandoval)의 목소리, 향수를 자극하는 하모니카 소리, 지나치게 느리지는 않은 중간 템포의 여유. ‘Flowers in December’라는 곡에서 풍기는 분위기들을 요약한 것이다. 이 곡이 수록된 이 음반 전체가 그런 분위기다. 가벼운 최면과 멜랑콜리 속에 한 해의 이런저런 사연들을 되씹어 보려는 이들에게 권한다.
...
매지스타Mazzy Star를 처음 만난 것은 겨울이 가까운 서늘한 가을이었다. 그들의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Fade Into You>라는 노래가 바로 그것이었는데, 듣는 순간 가슴을 쓸어 내리는 아련한 음성과 나직한 기타 톤에 나도 모르게 하아. 하고 한숨이 나왔었다.
어딘지 모르게 포티쉐드Portishead를 연상하게 하지만, 그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음악. 어딘지 모르게 베스 기브슨Beth Gibbson이 연상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녀의 검푸른 음성보다는 더 맑고 처연한 느낌이 강한 호프 산도발Hope Sandoval의 음성.
그래, 네 속으로 사라지고 싶어.라고, <Fade Into You>를 듣는 순간 만큼은 진심으로 바랬었다.
매지스타의 뿌리는 80년대, 싸이키델리아를 다시 한 번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일어났던 California Paisley Movement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들의 음악 속에 들어 있는 싸이키델릭적인 요소를 생각한다면 그리 대수로운 일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듀오 매지스타의 한 축을 이루는 기타리스트 데이빗 로백David Roback은 그의 형과 함께 싸이키델릭 대표적인 싸이키델릭 리바이벌 밴드인 Rain Parade를 만들어 활동하다가 한 장의 LP를 내고 밴드를 나와, 보다 꿈꾸는 듯한 싸이키델릭 사운드가 들어간 밴드 Opal을 dream Syndicate출신의 Kendra Smith(bass)와 함께 만들었다.
사색적이면서 싸이키델릭적인 구석이 많았지만, Opal 의 음악은 블루스와 포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으며, 매지스타의 음악적인 스타일을 일면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편, 당시 고등학생이던 호프 산도발은 "Going Home"이라는 이름의 포크 듀오를 친구인 Sylvia Gomez 와 함께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음악을 담은 테잎이 Roback에게 전해진 것이 두 사람이 서로를 알게 된 계기였다. Opal 이 Jesus & Mary Chain과 함께 한 미국 투어 중간에 팀을 나가자, 그 자리를 산도발이 대신 채우게 되었고, 이후 Opal 이 해산하자 Roback과 Sandoval은 무늬만(!) full band인 듀오, Mazzy Star를 꾸리게 된다.
매지스타가 밴드를 결성한 것은 1989년, 데뷔 앨범이 나온 것은 1990년이었다. Rough Trade에서 나온 [She Hangs Brightly]는 포스트 펑크의 어두운 경향으로 소개되었고, Doors의 "The End"나 The Velvet Undergoround의 "What Goes On" 등과의 비교로 싸이키델릭의 현대판(?) 스타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퍼지톤의 가라앉는 듯한 기타 사운드와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 달래는 듯 쓸쓸한 산도발의 음성, 무엇보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이 묘하게 공존한 음악 스타일로 평론가들의 호평과 함께 컬트와도 같은 그들의 입지가 굳혀졌으나, 1991년 Rough Trade사의 미국 지사가 파산 선고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고 Mazzy Star는 바로 Capitol에 픽업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고, 매니아들에게 알려졌지만 그다지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데뷔 앨범이 재평가 되는 와중에 두 번째 앨범 [So Tonight That Might See]를 발표한다. (1993년)
데뷔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타일을 보여준 두 번째 앨범은 보다 힘있고,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 작품이었으며, 다양한 멜로디나 뚜렷한 메시지 보다는 한결 같은 분위기와 모호한 의미의 노랫말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자칫하면 단조롭고 감정의 과다한 노출로 비난 받았을 그들의 음악은, 하지만, 마치 서서히 밀려오는 물결과도 같이 고조되는 기타 드론 사운드가 감정의 깊이를 표현해주었다.
앨범이 나온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 <Fade Into You> 싱글이 예상치 못한 히트를 기록하게 되며, 앨범은 그들의 이름이 유명해지는 것과 비례해 팔려 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신비롭고 수수께끼인 존재로 남아 있었고, 언론과 인터뷰 기피증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들에 대한 질문은 곧잘 침묵으로 돌아왔고, 신비로운 음악에 걸맞는 신비로운 뮤지션이라는 공적인 이미지를 굳혀갔다.
(하지만 이는 매지스타의 의도적인 전략이라기 보다는 그들 (특히 호프 산도발의) 천성적인 성격 자체가 수줍고, 스스럼 없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개인적이기 때문일 것이라는데…)
두 번째 앨범이 나오고 난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996년 매지스타의 세 번째 앨범 [Among My Swan]이 발표된다. 보다 포크적이고, 보다 정적이고 가라앉은 듯한 서정을 보인 이 앨범은 호프 산도발의 개인적인 이야기들 - 잃어버린 사랑과, 다시 못 올 사랑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이 <Diappear>나 <Cry, Cry>, <Take Everything> 등과 같은 노래들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 견딜 수 없이 쓸쓸하고 사랑스러운 중얼거림과 함께.
결과적으로 매지스타의 "스완송"이 되어버린 이 앨범을 뒤로 하고, 90년대 후반, 호프 산도발은 My Bloody Valentine 출신인 Colm O'Ciosoig와 함께 Warm Invention이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떠났다.
십년 남짓한 시간 동안 단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냈고, 개인적인 사항들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매지스타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종류는 아니지만,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대단히 중독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 나른하고 여린, 투명한 서정은 첫 만남의 순간 주위의 풍경과 날씨까지도 기억하게 만드는 강렬함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이다.
글: 블루노이즈 강이경
01. Disappear
02. Flowers In December
03. Rhymes Of An Hour
04. Cry, Cry
05. Take Everything
06. Still Cold
07. All Your Sisters
08. I'Ve Been Let Down
09. Rose Blood
10. Happy
11. Umbilical
12. Look On Down From The Bridge
Mazzy Star - Flowers in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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